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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백운산 (신선대, 고로쇠수, 매화마을)

by mynews64967 2026. 6. 19.

봄이 올 것 같으면서도 산 위엔 아직 겨울이 남아 있는 계절, 어딘가 한 번 제대로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 마음에 이끌려 광양 백운산(1,222m)을 찾았습니다. 오르는 길 아래는 봄기운이 돌았고, 정상 부근은 여전히 결빙 구간이 남아 있었습니다. 같은 산 안에서 계절이 두 개였던 날이었습니다.

광양 백운산

신선대 가는 길,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습니다

백운산 등산을 처음 계획할 때 많은 분들이 "그냥 전남 명산 중 하나겠지"라고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막상 진틀마을 코스로 발을 들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초반 구간은 숲길이 완만하게 이어져 걷기 수월합니다. 울창한 활엽수림 덕분에 햇볕이 강한 날에도 그늘이 충분합니다. 문제는 중반부터입니다. 백운산은 표고차(標高差), 즉 출발 지점과 정상 사이의 높이 차이가 상당한 편입니다. 단순히 거리만 보고 판단했다가는 후반부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계곡이 아름다워 여름 산행지로 인기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갔는데, 실제로 걸어보면 왕복 10km 이상에 4시간 반 이상을 잡아야 하는 코스입니다.

정상에서 신선대(1,198m)까지는 5분 거리지만, 햇볕이 닿지 않는 북사면(北斜面) 구간은 겨울철 결빙 상태가 유지됩니다. 북사면이란 산의 북쪽을 향한 경사면으로, 일조량이 적어 눈과 얼음이 오래 남아 있는 특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방문했을 때 그 구간 바위는 돌처럼 단단하게 얼어 있었습니다. 아이젠(crampons), 즉 미끄럼 방지를 위해 등산화 밑창에 부착하는 금속 발톱 장비는 이 구간에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신선대 조망은 그 수고를 감수할 만합니다. 지리산 능선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힘들게 올라온 시간이 단번에 정리됩니다. 맑은 날에는 섬진강 줄기까지 내려다보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고로쇠수, 그냥 물이 아닙니다

하산 후 진틀휴게소 앞쪽에 자리한 숙박 시설 매점에서 고로쇠수를 샀습니다. 고로쇠나무(Acer mono)는 단풍나무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으로, 이른 봄 수액 채취 시기가 되면 줄기에서 미네랄이 풍부한 수액이 흘러내립니다. 이 수액이 바로 고로쇠수입니다. 쉽게 말해 나무가 겨울 동안 뿌리에 저장해 둔 영양분을 봄이 되면서 위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채취하는 천연 음료입니다.

마셔보면 생수와 다르게 은은한 단맛과 나무 향이 납니다.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운 맛이어서, 저는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광양시 산림청에 따르면 고로쇠 수액은 칼슘, 마그네슘, 칼륨 등 전해질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장거리 산행 후 수분 보충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산림청).

한 가지 참고할 점이 있습니다. 진틀휴게소는 운영 일정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도 문이 닫혀 있어 전화로 확인하니 "당분간 운영하지 않는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창문이 워낙 깨끗해 당연히 열려 있을 거라 착각했는데, 헛걸음하지 않으려면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진틀휴게소 바로 옆 백운령 게스트하우스 정원 매점에서도 고로쇠수를 구입할 수 있으니 대안으로 기억해 두시면 좋습니다.

고로쇠수 채취 시기와 수확량은 기온과 시기에 따라 달라지므로 항상 구하기 쉬운 것은 아닙니다. 광양 백운산에서 직접 채취한 고로쇠수를 현장에서 마시는 경험은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것과는 느낌이 다릅니다.

겨울 산행 시 반드시 챙겨야 할 것들

백운산 겨울 산행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결빙 구간 대처입니다. 저처럼 신선대 루프 코스를 시도하려는 분들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제가 직접 걸어봤는데, 정상에서 신선대 방향 뒤쪽 사면은 오전 시간에도 완전히 얼어 있었습니다.

겨울 산행을 안전하게 마치기 위해 챙겨야 할 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아이젠: 체인형 또는 6발 이상 크램폰 권장. 결빙 구간에서 필수
  • 스패츠(각반): 눈이나 얼음 위를 걸을 때 신발 안으로 눈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장비
  • 방풍 재킷: 정상부 체감온도는 예상보다 훨씬 낮습니다. 특히 바람이 강한 날은 얇은 겉옷으로는 버티기 어렵습니다
  • 충분한 물과 간식: 왕복 10km 이상이므로 에너지 보충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 하산 시간 계획: 겨울철 일몰이 빠르므로 오후 2시 이전에는 하산을 시작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국립공원공단이 발표한 겨울철 산행 안전 수칙에 따르면, 결빙 구간에서의 낙상 사고는 전체 산악 사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특히 하산 시 사고 비율이 오르막보다 높게 나타납니다(출처: 국립공원공단). 실제로 하산길은 생각보다 무릎에 부담이 크고, 경사가 있는 구간에서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쉽습니다.

또한 백운산 진틀 방향 코스는 현재 일부 구간이 통제 중입니다. 방문 전 해당 지자체나 국립공원 홈페이지를 통해 개방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매화마을, 산행 후 들러볼 만한 이유

백운산 하산 후 광양 매화마을을 들를 계획이라면 시간 배분을 미리 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오후 6시가 넘어서야 하산을 마쳤고, 매화마을까지 한 시간 이상 걸린다는 것을 확인하고 진입을 포기했습니다. 대신 하산길 도로변에서 차창 너머로 매화를 짧게 감상했는데, 분홍빛과 흰빛이 섞인 매화가 산비탈 곳곳에 번져 있었습니다.

광양 매화마을(다압면 섬진강 일대)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매화 군락지입니다. 매화(梅花)는 장미과 낙엽소교목인 매실나무의 꽃으로, 보통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에 개화가 시작됩니다. 개화(開花) 시기란 꽃봉오리가 열리기 시작하는 시점을 말하며, 기온에 따라 해마다 조금씩 달라집니다. 제가 방문한 시기에는 일부 구역은 만개 상태였고, 산비탈 쪽은 아직 절정 직전이었습니다.

백운산 산행과 매화마을을 같은 날 묶어서 계획하는 분들은, 산행을 오전 중 마치고 오후에 여유 있게 매화마을을 둘러보는 일정을 추천합니다. 산행 후 피로한 상태에서 드라이브 겸 매화를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마을 안쪽까지 걸어 들어가려면 별도 체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다음엔 백운산과 매화마을을 따로 잡을 생각입니다.

광양 백운산은 한 번 왔다고 끝나는 산이 아닙니다. 봄에 오면 계곡 물소리와 연초록 숲을, 겨울에 오면 신선대 결빙 구간과 눈 덮인 능선을 만납니다. 다만 처음 방문이라면 날씨 좋은 날을 골라야 합니다. 정상 조망이 막히면 그 긴 오르막의 보상이 반으로 줄어드는 산이기 때문입니다. 충분한 준비를 갖추고, 시간 여유를 두고 떠나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youtu.be/MkoYsBhJGW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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