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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야산 등산 (용추계곡, 암릉구간, 하산주의)

by mynews64967 2026. 6. 16.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931m라는 높이만 보고 "그럭저럭 무난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발을 딛고 올라보니 전혀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용추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출발할 때만 해도 여유로웠는데, 능선에 가까워질수록 완전히 다른 표정이 나오는 산이 바로 대야산입니다.

대야산

용추계곡부터 밀재까지, 생각보다 넉넉한 초반 코스

새벽 5시에 일어나 문경까지 한 시간 넘게 달려온 피로감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 순간 어느 정도 가셨습니다. 용추계곡 주차장에서 내려다보이는 입구는 생각보다 조용했고, 동절기라 화장실은 잠겨 있었지만 옆에 간이 화장실이 있었습니다. 아, 아래는 보지 않는 게 좋습니다.

계곡 옆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하면 바로 물소리가 들립니다. 용추계곡은 화강암 절리(節理)가 만들어낸 계곡입니다. 화강암 절리란 마그마가 식으면서 암석 내부에 생기는 규칙적인 균열을 말하는데, 이 균열을 따라 물이 흐르고 오랜 시간 침식이 반복되면서 비경이 만들어집니다. 문경 8경 중 하나로 꼽힐 만큼 경관이 뛰어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제가 직접 걸어보니 겨울철에도 물이 제법 흐르고 있었고, 바위 위에 살짝 고인 물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밀재(密峙)까지는 대체로 완만한 오름입니다. 밀재란 백두대간 능선 위에 위치한 고갯마루로, 이 지점을 기점으로 대야산 정상을 향해 능선 산행이 시작됩니다. 소나무 군락지도 지나고, 조릿대 군락도 나오고, 중간에 삼거리에서 방향을 선택해야 하는 구간도 있습니다. 저는 밀재 방향으로 올라가는 코스를 선택했는데,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됐습니다. 도중에 통신이 완전히 끊겨서 지도 확인도 쉽지 않았습니다. 출발 전에 오프라인 지도를 미리 저장해두는 걸 강력히 권합니다.

밀재에서는 선풍기를 머리 앞에 갖다 댄 것처럼 바람이 강하게 불어옵니다. 올라오는 동안 땀에 젖은 옷이 순식간에 식을 수 있으니 이 지점에서 바람막이를 꼭 꺼내 입어야 합니다. 저도 이 부분을 소홀히 했다가 꽤 오래 바람에 서 있었습니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능선부는 산 아래보다 풍속이 3~5배 강하게 형성되는 경우가 있어 체감 기온이 크게 낮아질 수 있습니다(출처: 국립공원공단).

암릉 구간과 하산, 대야산이 쉽게 정상을 내주지 않는 이유

밀재를 지나면 본격적인 암릉(岩稜) 구간이 시작됩니다. 암릉이란 바위로 이루어진 산등성이를 뜻하며, 일반 흙길 산행과 달리 손과 발을 모두 써서 올라야 하는 구간이 포함됩니다. 이 구간에서 저는 소대야산(830m)으로 잘못 올라가는 알바까지 했습니다. 길이 하나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엉뚱한 정상석 앞에 서 있었습니다. 능선이 비슷하게 생겨서 지도를 꼼꼼히 확인하지 않으면 저처럼 방향을 잃기 쉽습니다.

능선에 오르는 순간 느낌은 확실히 달랐습니다. 속이 뻥 뚫리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조망이 시원하게 열립니다. 맞은편으로 보이는 희양산(998m)은 흰 바위가 두드러지게 도드라져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겨울이라 잎이 모두 진 덕분에 조망이 평소보다 훨씬 더 멀리 확보됩니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대야산은 속리산국립공원 북쪽에 위치하며 백두대간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능선에서 속리산 방향 조망이 가능한 거점 산으로 분류됩니다(출처: 산림청).

정상(931.7m)에 다가갈수록 경사가 급해지고 마지막에는 손으로 짚어야 하는 거의 수직에 가까운 바위 벽 구간이 나옵니다. 처음 마주쳤을 때는 "여기가 등산로가 맞나?" 싶을 정도였는데, 실제로 올라보면 발 디딜 곳은 충분합니다. 단, 이 구간이 얼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제가 갔을 때는 그늘진 곳에 잔설(殘雪)이 남아 있었습니다. 잔설이란 완전히 녹지 않고 남아 있는 눈을 가리키는데, 햇빛이 들지 않는 바위틈에서는 오히려 단단하게 얼어 있어 더 위험합니다.

대야산에서 주의해야 할 핵심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밀재 이후 암릉 구간부터 아이젠 착용 여부를 미리 판단할 것 (저는 하산 구간에서 착용)
  • 소대야산 갈림길에서 지도 재확인 필수
  • 피아골 하산 코스는 로프 구간이 많고 경사가 급해 초보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음
  • 능선 도착 전후로 보온 레이어를 반드시 준비할 것
  • 동절기 화장실은 입구 외에 거의 사용 불가

피아골 하산 코스는 밀재로 내려가는 코스보다 거리는 짧지만 확실히 더 까다롭습니다. 제가 직접 내려가보니 로프 구간이 연속으로 이어졌고, 눈이 살짝 녹은 슬러시 상태의 바닥이 미끄럼틀처럼 느껴졌습니다. 사고 다발 구간을 알리는 표지판도 이 구간에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경치를 여유롭게 즐기고 싶다면 올라왔던 밀재 코스로 그대로 내려가는 쪽을 권합니다.

전체 산행 시간은 약 3시간 45분, 거리는 9.6km 정도였습니다. 몸은 확실히 피곤했지만, 마지막 암릉 구간을 넘었을 때의 성취감은 단순한 둘레길 산행과는 비교가 안 됩니다.

대야산은 숲길 하이킹, 계곡 트레킹, 암릉 산행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는 산입니다. 하지만 높이만 보고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됩니다.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쉽게 내주지 않는 산입니다. 특히 동절기에는 아이젠, 등산 폴, 보온 레이어를 반드시 챙기고, 피아골 하산을 고려한다면 본인의 체력과 경험을 솔직하게 점검해보는 게 좋습니다. 용추계곡의 물소리와 능선 위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풍경은 그 수고를 분명히 보상해줄 것입니다.


참고: https://youtu.be/sYsEV6orSU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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