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덕항산 등산 (난이도, 단풍, 골말코스)

by mynews64967 2026. 6. 16.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덕항산을 완전히 얕봤습니다. 해발 1,071m, 수치만 보고 '무난하게 오르겠지'라고 생각했던 게 큰 착각이었습니다. 강원도 삼척에 위치한 덕항산은 높이보다 경사와 암릉 구간이 훨씬 더 체감 난이도를 끌어올리는 산입니다. 단풍 절정 시즌에 골말 코스로 오른 경험을 바탕으로, 알려진 정보와 실제가 얼마나 다른지 직접 비교해 보겠습니다.

덕항산

난이도: 알려진 것과 실제 사이의 간극

일반적으로 덕항산은 환선굴로 유명한 관광지 인근의 산이라는 이유로 접근이 쉬운 산처럼 인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골말 코스로 올라보니 이 인식은 상당히 위험한 오해였습니다.

골말 들머리에서 출발하면 초반 10분 만에 해발고도를 100m 가까이 끌어올립니다. 평균 경사도가 70~80도에 달하는 구간이 연속으로 이어지는데, 이 구간에서 등산로가 사실상 밧줄 구간(로프 구간)으로 유지됩니다. 밧줄 구간이란 경사가 너무 급해 등산객이 고정 로프를 손으로 잡고 올라야 하는 구간을 말합니다. 일반적인 산에서는 특정 암릉 지점에만 짧게 설치되는 것이 보통인데, 덕항산 골말 코스는 해발 350m 출발점에서 622m 지점까지 이 밧줄 구간이 거의 끊기지 않고 이어졌습니다. 100대 명산을 다수 경험한 입장에서도 이렇게 밧줄 구간이 길게 연속되는 등산로는 처음이었습니다.

이후 나타나는 철제 난간 구간도 만만치 않습니다. 철제 난간이란 급경사 암릉에 설치하는 금속 손잡이 구조물로, 쉽게 말해 난간 없이는 사실상 통행이 불가능한 지형에 설치됩니다. 덕항산에서는 단 한 개의 인공 계단도 없는 자연 암반 위에 이 난간만 달려 있는 구간이 꽤 길게 이어졌습니다. 발을 잘못 디디면 미끄러지기 쉬운 지형이었고, 제가 직접 오르면서 '이게 정말 공식 등산로가 맞는가'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을 정도였습니다.

매표소 직원도 골말 코스에 대해 "엄청 가팔라서 줄 잡고 올라야 한다"고 직접 경고를 줬는데, 그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산림청에서 관리하는 국가 등산 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등산로 난이도 평가 시 경사도, 노면 상태, 위험 구간 길이를 종합적으로 반영합니다(출처: 국가등산정보). 골말 코스는 이 세 가지 요소 모두에서 상위 난이도에 해당할 것이 분명합니다. 초보 등산객이나 고소공포증이 있는 분께는 이 코스를 권하기 어렵다고 판단합니다. 예수원 방향 코스가 훨씬 완만하고 접근성이 좋다는 점도 실제로 확인했습니다.

덕항산 골말 코스의 핵심 난이도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출발 직후부터 10분간 100m 수직 상승, 체력 소모 극심
  • 밧줄 구간이 해발 350m~622m 구간에 걸쳐 연속 설치
  • 철제 난간 없이는 통행 불가한 자연 암반 구간 다수
  • 낙엽 시즌에는 암반과 흙길 모두 미끄러움이 크게 증가
  • 하산 시 무릎 부담 및 집중력 유지 필요

단풍과 조망: 기대를 훨씬 뛰어넘은 풍경

솔직히 말씀드리면, 덕항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환선굴 덕분에 100대 명산에 이름을 올린 산이라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올라보니 이 생각은 완전히 틀렸습니다.

단풍 절정 시기에 맞춰 방문한 덕분이기도 했지만, 덕항산의 가을 풍경은 제가 경험한 100대 명산 가운데서도 손꼽힐 수준이었습니다. 해발 400~500m 구간부터 생강나무 단풍이 시작되는데, 생강나무는 잎이 선명한 금빛 노란색으로 물드는 낙엽 활엽수입니다. 이 나무가 암릉 사이사이에 군락을 이루고 있어, 바위와 금빛 단풍의 대비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능선에 올라서면 시야가 단번에 열리면서 백두대간 능선이 펼쳐집니다. 백두대간이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핵심 산줄기로, 한국의 주요 강의 분수령 역할을 합니다. 덕항산은 이 백두대간 상에 위치해 있어 능선에서 바라보는 산세가 깊고 웅장합니다. 맑은 날이면 태백산맥의 겹겹이 쌓인 산줄기가 시야 가득 들어오고, 그 아래로 단풍이 물든 협곡이 펼쳐지는 구도가 만들어집니다. 제 경험상 이런 조망을 내어주는 산이 생각보다 흔치 않습니다.

제2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은 특히 압도적이었습니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설치된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협곡 전체가 노란색과 붉은색으로 물든 단풍으로 채워져 있고, 암릉의 날카로운 선이 그 사이를 가르는 구도가 완성됩니다. 강원도 산의 단풍이 유독 선명한 것은 일교차가 크기 때문인데,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강원 내륙 산간 지역은 10월 평균 일교차가 15도 내외로 단풍 발색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됩니다(출처: 기상청).

하산 중 들른 약수터에서 물을 마셨을 때의 그 시원함, 낙엽을 밟으며 내려오는 호젓한 숲길, 그리고 제1전망대 앞 공터에서 컵라면에 김치를 올려 먹던 늦은 점심까지. 힘든 산행이었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 장면들이 연달아 나왔습니다. 환선봉 정상석 뒤로 이어지는 조망터도 놓치지 마시길 권합니다. 잘 눈에 띄지 않는 밧줄을 따라 올라가면 덕항산 정상과는 또 다른 방향의 전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덕항산은 난이도가 높은 산임은 틀림없지만, 그 난이도를 감당할 체력이 된다면 가을에 골말 코스로 오를 것을 권합니다. 단풍 시즌이 아니더라도 암릉의 스릴과 백두대간 조망만으로도 충분히 올 이유가 있는 산입니다. 처음 방문이라면 예수원 방향 코스로 올라 골말 방향으로 하산하는 방식이 부담을 줄이면서도 이 산의 핵심을 경험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덕항산은 기대 없이 갔다가 가장 많이 놀란 산으로 한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youtu.be/RmWzesgcG94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