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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산 베틀바위 (코스난이도, 베틀바위, 무릉계곡)

by mynews64967 2026. 6. 16.

솔직히 저는 한라산을 다녀오기 전까지 "등산은 정상 찍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한라산에서 무릎이 박살 나고, 내려올 때 후회한 그 기억 때문에 이번엔 전략을 바꿨습니다. 40년 만에 일반에 개방된 두타산 베틀바위 코스, 정상 없이도 이렇게 볼 것이 많은 산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두타산

코스 난이도,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두타산은 100대 명산에 속할 만큼 난이도가 높은 산입니다. 다만 오늘 소개할 베틀바위 산성길 코스는 정상을 오르지 않고, 최고 고도 650m 수준에서 돌아오는 루트입니다. 왕복 거리는 약 8km, 소요 시간은 4~5시간 정도입니다.

처음 숫자만 보면 "그 정도면 괜찮겠는데"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제가 처음에 딱 그랬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걸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베틀바위 전망대까지 1.5km 구간은 사실상 직등에 가까운 급경사입니다. 등산에서 말하는 급경사란 경사도가 30도 이상인 구간을 뜻하는데, 이 구간이 지그재그 비탈길로 쭉 이어집니다. 한라산 성판악 코스처럼 완만하게 올라가는 방식이 아닙니다.

두타산 성에서 옥류동으로 내려오는 하산 구간도 만만치 않습니다. 제가 방문했던 날은 전전날 폭설이 내린 뒤 기온이 급등한 날이었는데, 비탈길 전체가 슬러시 상태였습니다. 아이젠(등산용 미끄럼 방지 장치, 등산화 바닥에 부착해 빙판이나 눈길에서 접지력을 확보하는 도구)을 착용해도 녹은 눈 위에서는 소용이 없었습니다. 결국 신발이 완전히 젖은 채로 내려왔고, 그 경험 때문에 방수 등산화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산행 전 준비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방수 등산화 (방수 처리가 없는 신발은 계곡 근처나 눈 구간에서 치명적입니다)
  • 등산 스틱 (두타산 성 하산 구간처럼 가파른 내리막에서 무릎 부담을 크게 줄여줍니다)
  • 아이젠 (겨울~초봄 방문 시 필수, 단 슬러시 상태엔 한계가 있으니 날씨 확인 후 판단)
  • 여벌 양말 (계곡 주변 산행은 예상치 못하게 발이 젖는 경우가 생깁니다)

국립공원공단 자료에 따르면 등산 사고의 절반 이상이 하산 중에 발생하며, 무릎 부상과 낙상이 주된 원인입니다(출처: 국립공원공단). 제가 두타산 성 하산 구간에서 몇 차례 미끄러진 것도 정확히 그 패턴이었습니다.

베틀바위, 실제로 보면 어떤가요

베틀바위 전망대에 도착하면 맞은편 바위 군락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위 형태가 마치 베틀(전통 직물을 짜는 기구)처럼 층층이 쌓여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한국의 장가계'라는 별명도 따라붙는데, 제 눈에는 중국 장가계보다 규모는 작아도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한국의 장가계"라는 수식어는 조금 과하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주변 바위 자체는 충분히 볼 만했습니다.

전망대에서 100m 남짓 더 올라가면 미륵바위가 나옵니다. 정면에서 보면 그냥 큰 바위처럼 보이는데,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서 바라보면 코와 입이 선명하게 드러나며 사람 얼굴처럼 보입니다. 미륵(彌勒)이란 불교에서 미래에 세상을 구원할 부처를 뜻하는데, 이 바위가 그 형상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인상적입니다.

베틀바위 전망대에 오르는 능선 구간에서 동해바다가 보이는 순간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서 있었는데, 산행 중에 갑자기 바다가 나타나는 장면은 예상치 못한 감동이었습니다. 한라산에서 백록담을 본 것과는 다른 방식의 시원함이었습니다.

산성12폭포와 무릉계곡의 숨은 매력

두타산 성에서 옥류동 방향으로 내려오다 보면 산성12폭포와 거북바위 방향 갈림길이 나옵니다. 저는 이 구간을 들어가 보기를 강하게 추천합니다. 추가 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데, 보상이 큽니다.

산성12폭포는 낙차(폭포에서 물이 떨어지는 수직 거리)가 수십 미터에 달하는 웅장한 폭포입니다. 낙차가 클수록 폭포의 물보라와 소리가 강해지고 시각적 압도감이 높아집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겨울이 채 끝나지 않아 폭포 일부가 얼어붙어 있었는데, 얼음 폭포가 만들어내는 질감이 오히려 인상적이었습니다. 눈이 없는 계절에 다시 오면 물줄기가 더 선명하게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타산 성(城) 구간도 그냥 지나치지 마십시오. 임진왜란 때 왜군에 맞서 활용했다고 전해지는 산성 흔적이 남아 있고, 이 지점에서 바라보는 두타산 암릉(바위로 이루어진 산의 등줄기)의 전경이 코스 전체에서 가장 탁 트인 풍경입니다. 사방이 트여 있어 맞은편 등성이와 능선을 한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무릉반석 구간은 옥류동에서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마지막 구간입니다. 여기서 무릉반석(武陵盤石)이란 계곡 바닥에 넓고 평평하게 깔린 거대한 암반을 뜻합니다. 이 반석 위에는 음각으로 새겨진 한자 글씨들이 가득한데, 일종의 방명록 역할을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에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이 이름과 문구를 새겨 놓은 것입니다. 바위에 글씨가 이렇게 많은 곳은 처음 봤습니다.

접근법과 현장에서 놓치기 쉬운 것들

무릉계곡 주차장을 기점으로 산행이 시작됩니다. 네이버 지도나 카카오맵에서 '무릉계곡 주차장'으로 검색하면 됩니다. 입장료는 2,000원, 주차비도 2,000원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동해시에서 111번 버스를 타면 접근할 수 있습니다.

코스는 매표소 → 베틀바위 전망대 → 미륵바위 → 두타산 성 → 산성12폭포 → 옥류동 → (선택) 용추폭포·쌍폭포 → 무릉반석 → 주차장 순서로 시계방향 루프 형태가 일반적입니다.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도 되지만, 시계방향이 길 찾기가 더 수월합니다.

용추폭포와 쌍폭포는 옥류동에서 왕복 약 2km 거리입니다. 이 구간은 거의 평탄해서 체력 소모가 거의 없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 수량이 많아서 쌍폭포가 특히 예뻤는데, 두 물줄기가 합류하기 직전에 나란히 떨어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반드시 들르시기 바랍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이정표입니다. 전체적으로 이정표 수는 많지만 코스별 거리 표기가 일관성이 부족하고, 같은 지점 사이 거리가 방향에 따라 다르게 표기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등산에서 이정표 관리란 코스별 방향과 거리를 일관된 기준으로 안내하는 시스템인데, 이 부분이 미흡하게 느껴졌습니다. 미리 지도 앱으로 전체 루트를 확인하고 출발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에 따르면 산행 중 조난의 상당수가 이정표 오독이나 경로 이탈에서 비롯되므로, 사전에 코스를 숙지하고 오프라인 지도를 저장해 두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정상을 오르지 않아도 이 정도 볼거리가 있는 코스는 흔치 않습니다. 한라산처럼 하루를 통째로 써야 하는 부담이 없고, 체력이 부족한 분도 무릉반석과 용추폭포 구간만 걸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베틀바위까지 오르는 오르막과 두타산 성 하산 구간은 등산화와 스틱 없이는 고생할 수 있습니다. 장비 챙기고, 날씨 확인하고, 이정표를 맹신하지 말고 출발하시면 충분히 즐거운 산행이 될 겁니다.


참고: https://youtu.be/hXcO3c3XyJ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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