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마이산을 처음 들었을 때 그냥 조금 특이하게 생긴 산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두 개의 봉우리가 나란히 솟아 있다는 설명도 "그래봤자 산이지"라는 반응이었죠. 그런데 전북 진안에 도착해 실제로 눈앞에 마이산을 마주한 순간, 제 예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바로 깨달았습니다.

처음 봤을 때 — 사진과 실물은 차원이 달랐습니다
일반적으로 유명한 산들은 사진으로 보면 웅장해 보이지만 실제로 가면 생각보다 평범하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몇 번 있어서 큰 기대를 안 하고 갔는데, 마이산은 정반대였습니다. 실물이 사진보다 훨씬 강렬했습니다.
암마이봉과 숫마이봉, 두 봉우리가 나란히 솟아 있는 모습은 어느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정면에서 보면 말의 귀처럼 보이다가, 옆으로 돌면 두 봉우리가 겹쳐 보이거나 하나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제가 직접 걸어가며 각도를 바꿔봤는데, 같은 산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인상이 달라졌습니다.
마이산이 이처럼 독특한 외형을 갖게 된 건 지질학적 이유가 있습니다. 마이산은 역암(礫岩)으로 이루어진 산입니다. 여기서 역암이란 자갈이나 모래 같은 퇴적물이 굳어서 만들어진 암석으로, 콘크리트를 비벼 놓은 것처럼 여러 크기의 돌덩이가 섞여 있는 형태입니다. 국내에서 역암으로만 이루어진 산은 마이산이 유일합니다(출처: 문화재청).
약 3,500만 년 전, 두 개의 거대한 단층이 솟아오르면서 지금의 쌍봉 형태가 만들어졌습니다. 수천만 년의 지각 변동이 빚어낸 결과물을 눈앞에서 본다는 사실 자체가 꽤 묘한 감동을 줬습니다. 단순히 "산이 예쁘다"는 차원이 아니라, 이 땅에서 얼마나 거대한 일이 벌어졌는지가 눈에 보이는 느낌이었습니다.
탑사 — 기대보다 훨씬 신기했고, 이유가 있었습니다
탑사에 대해서는 "돌탑 여러 개 있는 절"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솔직히 관광지의 포토존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탑사 경내에 들어선 순간, 그 생각을 바로 거뒀습니다.
80여 기의 돌탑이 계곡 안 좁은 공간에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모습은 압도적이었습니다. 그것도 사람이 손으로 하나하나 쌓아 올린 것들이 100년 넘게 무너지지 않고 서 있습니다. 처음엔 접착제나 철근 같은 것으로 고정했겠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돌을 올리고 살짝 흔들어보면서 흔들리는 방향에 조수 돌(쐐기 역할을 하는 작은 돌)을 끼워 넣어 무게중심을 잡는 방식으로 쌓은 것입니다.
이 돌들의 재료도 흥미롭습니다. 바위 표면에 구멍이 생기는 타포니(tafoni) 현상 때문에 마이산에서 돌이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오고, 그 돌들을 모아 탑을 쌓은 것입니다. 여기서 타포니란 암석 표면이 물의 침투와 동결·융해의 반복으로 점차 떨어져 나가면서 형성되는 구멍이나 동굴 형태의 지형을 말합니다. 보통 해안가에서 발견되는데, 육상에서 타포니를 볼 수 있는 곳은 국내에서 마이산이 유일합니다.
탑사에서 겨울에 볼 수 있는 역고드름(逆氷柱) 현상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역고드름이란 물을 담아 놓은 그릇에서 고드름이 위로 솟아오르는 현상으로, 영하 15도 이하의 급격한 냉각 조건에서 물이 육각형 구조로 돌면서 압력이 위쪽으로 집중될 때 나타납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겨울이 아니라서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사진으로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신기했습니다. 이걸 보러 따로 겨울에 다시 올 이유가 생긴 셈입니다.
탑사가 미슐랭 그린 가이드 별 3개(최고 등급)를 받은 것도 빈말이 아니라는 걸 직접 가보고 나서야 납득했습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
실제 등반의 단점 — 마냥 좋은 소리만 하기엔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마이산은 높이 자체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암마이봉이 686m, 숫마이봉이 678m 수준입니다. 그래서 "가볍게 산책하듯 다녀오면 되겠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등산로 중반부터 계단 구간이 꽤 이어집니다. 경사 자체가 심한 구간이 있어서 평소 운동을 많이 안 한 분이라면 허벅지와 종아리에 생각보다 피로가 빨리 쌓입니다. 저도 중반쯤에서 "이거 생각보다 쉽지 않네" 싶었습니다. 특히 하산할 때 계단 충격이 무릎에 누적되는 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실제로 겪으면서 정리한 마이산 등반의 주요 단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계단 구간이 예상보다 많아 체력 소모가 크다
- 성수기(단풍철·벚꽃철)에는 등산로와 탑사 주변에 사람이 몰려 한적한 산행이 어렵다
- 비나 서리 뒤에는 바위길과 계단이 미끄러워 안전에 주의가 필요하다
- 날씨가 흐린 날은 정상 부근 조망이 크게 줄어든다
- 장거리 종주 산행을 선호하는 분에게는 전체 코스가 짧게 느껴질 수 있다
한 가지 더 솔직히 말하면, 마이산은 조용하고 한적한 산을 기대하고 가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등산객뿐 아니라 관광 목적으로 오는 사람도 많아서 분위기가 꽤 붐빕니다. 깊은 산속의 정적을 원한다면 평일 이른 시간이 낫고, 사람이 많은 계절엔 아예 각오하고 가는 편이 좋습니다.
그래도 등산 목적 없이 탑사와 은수사 일대만 둘러봐도 충분히 볼거리가 있다는 점은 마이산만의 장점입니다. 역사적으로도 고려 말 이성계 장군이 이곳에서 꿈을 꾼 뒤 조선을 창업했다는 몽금척(夢金尺) 설화가 전해지고, 실제 조선왕조실록에도 관련 기록이 남아 있는 유서 깊은 장소입니다. 단순히 산을 오르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이산이 계속 사람을 끌어들이는 이유일 겁니다.
마이산은 한 번에 다 보고 왔다고 말하기 어려운 산입니다.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보는 방향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며, 역고드름처럼 특정 시기에만 볼 수 있는 현상도 있습니다. 처음 방문이라면 탑사 코스를 중심으로 가볍게 시작하되, 무릎 보호대와 여분의 물은 챙겨 가시길 권합니다. 저는 다음엔 꼭 겨울에 다시 가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