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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설경 (주상절리, 눈꽃 산행, 서석대)

by mynews64967 2026. 6. 16.

무등산이 '쉽게 오르는 산'이라고 생각하시는 분, 혹시 겨울에 가보셨습니까?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도심에서 보이는 산이라 왠지 만만하게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폭설이 내린 다음 날, 실제로 원효분소에서 출발해 서석대까지 걸어보니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무등산 설경은 제가 걸어본 국내 설산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압도적이었습니다.

무등산

무등산 주상절리, 숫자로 보면 더 놀랍다

무등산의 가장 큰 볼거리는 단연 주상절리(柱狀節理)입니다. 여기서 주상절리란 용암이 냉각되면서 수축할 때 형성되는 다각형 돌기둥 구조물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자연이 수백만 년에 걸쳐 깎아 만든 돌기둥 군락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무등산의 주상절리는 해발 1,000m 이상 고지대에 형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이 정도 고도에서 대규모 주상절리를 볼 수 있는 곳은 국내에서 무등산이 유일합니다.

무등산은 2013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2018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UNESCO Global Geopark)으로 인증되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란 지질학적으로 탁월한 가치를 지닌 지역을 유네스코가 공인한 국제 인증제도로, 무등산의 주상절리가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은 지질 유산임을 뜻합니다. 국내에서 이 인증을 받은 곳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출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제가 실제로 입석대 아래에 서서 기둥 하나를 손으로 짚어봤는데, 기둥 폭이 1m는 족히 됐습니다. 사진이나 영상으로는 이 규모감이 전혀 안 전달됩니다. 직접 발 아래에 두고 올려다봐야 "이게 진짜구나" 싶은 느낌이 옵니다. 무등산의 주상절리는 서석대, 입석대, 광석대 세 군데에 나뉘어 있는데, 이날 저는 서석대와 입석대 두 곳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입석대와 서석대는 방향 하나 차이로 눈꽃 지속 시간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입석대는 남향이라 해가 뜨자마자 눈꽃이 빠르게 녹아버렸고, 서석대는 북사면(北斜面)이라 오후까지도 두툼한 상고대가 남아 있었습니다. 상고대란 영하의 기온에서 대기 중 수분이 나뭇가지나 바위 표면에 직접 얼어붙어 형성되는 빙결 현상으로, 눈이 쌓이는 것과는 다른 입체적인 결빙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서석대의 상고대는 말 그대로 하얀 산호초처럼 두툼하고 몽글몽글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형태의 눈꽃은 다른 산에서 쉽게 보기 어려웠습니다.

무등산 설경 산행 시 서석대와 입석대를 효율적으로 돌아보는 순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입석대(남향) → 오전 이른 시간에 먼저 방문. 해 뜨면 눈꽃이 빠르게 사라짐
  • 서석대(북사면) → 이후 방문. 오후까지도 상고대 유지
  • 항봉 전망대 → 서석대 정상석 부근에서 왕복 400m. 군부대 개방 이후 접근 가능
  • 중봉 → 서석대와 정상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최적 포인트

일반적으로 쉬운 산이라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무등산은 '광주 시민들이 가볍게 다녀오는 산'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원효분소에서 목교까지 고도 550m를 쉬지 않고 올라가다 보면, 이게 전혀 가벼운 산이 아니라는 걸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특히 폭설 직후 방문한 날에는 적설량이 많아 러셀(Russell) 상황이 우려될 정도였습니다. 러셀이란 등산에서 눈을 발로 헤치며 길을 내는 행위를 뜻하며, 러셀이 필요한 구간에서는 체력 소모가 평소의 두 배 이상 됩니다. 다행히 앞서 간 등산객이 한 명 있어서 그 발자국을 따라 올라갈 수 있었지만, 만약 제가 가장 먼저였다면 훨씬 힘들었을 겁니다.

겨울 무등산에서 또 하나 각오해야 할 것은 정상부의 바람입니다. 장불재 이후 능선 구간은 주변을 가려주는 수목이 거의 없어서 체감온도(風速寒冷指數)가 급격히 떨어집니다. 체감온도란 기온에 바람의 냉각 효과를 반영한 온도로, 실제 기온보다 훨씬 춥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제가 항봉 전망대 쪽에서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다가 얼굴이 아플 정도였으니, 방풍 재킷과 두꺼운 장갑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갈림길 문제도 솔직히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길눈이 꽤 밝은 편인데도 하산길에서 방향을 잃었습니다. 중봉 이후 늦재 방향으로 빠지려다 발자국이 전혀 없는 길 앞에서 멈춰야 했고, 결국 임도를 3km 더 걸어서 내려왔습니다. 무등산은 국내 산 중에서도 갈림길이 가장 많은 편에 속합니다. 북한산보다도 많다는 말이 허언이 아니더라고요. 겨울 산행 전에는 국립공원공단에서 배포하는 무등산 등산로 지도를 미리 확인하시길 강력히 권합니다(출처: 국립공원공단).

입산 통제 여부도 반드시 미리 확인하셔야 합니다. 폭설 직후에는 안전을 이유로 통제가 걸리는데, 저는 이날 9시 10분이 되어서야 통제가 해제되었습니다. 원효분소에 직접 전화하니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고, 통제 해제 직후 다시 연락까지 주셨습니다. 분소 직원분들의 대응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무등산 겨울 산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현실적으로 체크해야 할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입산 통제 여부 : 폭설 후에는 원효분소 사전 전화 확인 필수
  • 아이젠 착용 : 목교 이후 구간은 결빙 상태에서 아이젠(crampons) 없이 이동하면 매우 위험
  • 출발 시각 : 입석대 눈꽃을 보려면 오전 9시 이전 현장 도착 권장
  • 방풍 장비 : 장불재~서석대 구간은 바람이 강해 방풍 재킷 필수
  • 하산 루트 : 초행이라면 갈림길이 복잡한 늦재·동화사터 코스보다 원점회귀 코스 권장

무등산 설경은 한 번 보면 다음 해 첫눈 소식에 다시 발걸음이 향하게 되는 곳입니다. 서석대의 두툼한 상고대, 장불재에서 바라보는 입석대와 백마능선, 중봉에서 내려다보이는 정상부의 하얀 그라데이션. 이 세 가지는 제가 본 국내 설경 중에서도 각별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단, 가볍게 생각하면 반드시 후회합니다. 준비를 갖추고 이른 아침에 출발하는 것, 이것이 무등산 설경을 제대로 즐기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참고: https://youtu.be/aMe8Oq4Lm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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