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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암산 등산 (단풍, 암릉 조망, 구암사 코스)

by mynews64967 2026. 6. 18.

해발 741m짜리 산이 힘들 리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백암산은 그 생각을 보기 좋게 깨뜨렸습니다. 단풍으로 유명한 전라남도 장성과 전북 정읍에 걸쳐 있는 이 산, 직접 올라보니 이름만큼이나 만만치 않은 속내를 감추고 있었습니다.

백암산

단풍 명산의 실체, 구암사 코스로 파악하다

백암산 등산로는 크게 백양사 방향과 구암사 방향으로 나뉩니다. 저는 구암사 방향에서 출발해 상왕봉을 거쳐 다시 구암사로 돌아오는 원점 회귀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총 거리 약 7km, 실제 소요 시간은 촬영과 휴식 포함 3시간 55분이었습니다.

구암사 주차장까지는 큰 도로에서 임도를 따라 1.1km를 올라가야 합니다. 여기서 임도(林道)란 산림 관리나 등산 목적으로 조성된 비포장 차도를 뜻합니다. 생각보다 차로로 진입하는 구간이 길어서, 주차 자체가 이미 산행의 시작처럼 느껴졌습니다.

구암사에서 구암사 갈림길까지 초반 오르막은 솔직히 말해서 예상보다 훨씬 가팔랐습니다. 해발 700m 초반의 산이라 여유롭게 걸어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중반 이후부터 허벅지에 젖산이 쌓이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습니다. 여기서 젖산 축적이란 근육이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에너지를 생성할 때 발생하는 피로 물질로, 허벅지가 타는 듯한 느낌의 주범입니다. 경사 구간이 반복되는 구간에서 이 반응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갈림길에서 상왕봉 방향으로 약 1.7km 구간은 반대로 굉장히 완만합니다. 이 구간에서 숨을 가다듬고 주변 경치를 천천히 즐기는 것이 체력 관리에 유리합니다. 저는 여기서 마주친 베테랑 등산객 한 분에게 짧은 조언을 들었는데, 정상을 정복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 건강을 위해 즐기면서 걷는 것이 등산의 본질이라는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백학봉 암릉 조망, 수치로 이해하는 이유

주차장에서 출발해 약 1시간 25분이 지나면 상왕봉 정상 약 300m 전 지점에 도달합니다. 이 전후 구간에서 백암산의 핵심인 백학봉 암릉 조망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암릉(巖稜)이란 바위가 날카롭게 솟아오른 능선을 뜻합니다. 흙길과 달리 발 디딤이 불규칙하고 경사면에서의 균형 유지가 어려워, 등산화의 아웃솔(바닥 그립 소재) 성능이 체감상 차이가 납니다. 제가 직접 걸어보니 마른 날씨임에도 일부 구간에서 발이 미끄러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비가 온 뒤라면 상황이 더 까다로울 것이라는 판단이 바로 서더군요.

그럼에도 이 구간을 오르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국립공원공단의 탐방로 정보에 따르면 백암산 일원은 내장산 국립공원에 속하며, 생태적으로도 보전 가치가 높은 지역입니다(출처: 국립공원공단). 그 생태적 밀도가 가을에는 단풍으로 폭발합니다. 능선에서 내려다본 백양사 방향 계곡은, 붉고 노란 나무들이 층층이 쌓여 한 장의 항공 사진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이 순간을 위해 올라온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백학봉 부근에서는 내장산 일대 산세가 시원하게 펼쳐집니다. 이 조망권이 백암산의 실질적인 하이라이트입니다. 정상인 상왕봉보다 오히려 이 능선 구간에서 더 오래 멈추게 됩니다. 백학봉을 지나 능선 사거리에서 운문암 방향으로 내려서는 길은 완만한 편이라 내리막에서 무릎에 가는 충격이 다소 줄어드는 느낌입니다.

백암산 구암사 코스에서 시간대별 주요 지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주차장 출발 → 30분: 짧은 데크 계단 구간 도달
  • 35분: 상왕봉 1.8km 전 이정표 통과
  • 48분: 상왕봉 1.6km 전 지점
  • 1시간 25분: 정상 300m 전 마지막 휴식 포인트
  • 1시간 40분: 상왕봉 정상 도착
  • 3시간 38분: 구암사 이정표 재합류
  • 3시간 55분: 구암사 원점 복귀

단풍철 혼잡과 체력 소모, 미리 알아야 할 것들

백암산이 단풍 명산으로 불리는 이유는 근거가 있습니다.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내장산·백암산 일원은 해마다 가을 단풍 절정기에 전국 상위권 탐방객 수를 기록하는 지역 중 하나입니다(출처: 산림청). 이 말은 곧 가을에 이 산을 찾으면 반드시 혼잡을 각오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제가 직접 산행한 날도 평일이었는데 탐방객이 상당했습니다. 단풍 절정기에는 주차장 진입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인기 코스에서는 줄을 서서 이동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조용한 산행을 원하는 분이라면 단풍 절정 이후 시기를 노리거나 이른 아침 출발을 권장합니다.

체력 소모와 관련해서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드리면, 하산 시 무릎에 가해지는 종압력(縱壓力)이 평지의 3~5배에 달한다는 점을 체감했습니다. 종압력이란 무릎 관절이 수직 방향으로 받는 압박력으로, 내리막 경사에서 걸음마다 반복적으로 누적됩니다. 특히 돌계단 구간이 많은 백암산 하산로에서 이 부담이 두드러졌습니다. 등산스틱을 챙기는 것이 선택이 아니라 사실상 필수에 가깝습니다.

겨울 산행 시에는 그늘진 구간에 잔설이나 결빙이 오래 남아 있어 아이젠(crampons) 착용을 강하게 권장합니다. 아이젠이란 미끄러운 빙설 지면에서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등산화 밑창에 장착하는 금속 스파이크 장치입니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바위 위에 블랙아이스(Black Ice)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가 있어 예상치 못한 낙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백암산은 풍경의 완성도와 체력 요구 수준이 모두 높은 산입니다. 그 두 가지가 함께 있기 때문에 산행 후 만족감도 크지만, 준비 없이 올라갔다가는 체력이 기대보다 빨리 방전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산을 오르면서 "높이가 곧 난이도는 아니다"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구암사 코스로 원점 회귀를 계획하고 있다면, 총 7km에 약 4시간의 여유를 잡고 등산스틱과 충분한 수분을 꼭 챙기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youtu.be/s52gYrncX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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