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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산 등산 (산행코스, 천마봉, 기암괴석)

by mynews64967 2026. 6. 21.

솔직히 저는 선운산을 그냥 절 구경하러 가는 곳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높이도 낮고, 선운사가 유명하니까 등산보다는 관광에 가까운 곳이라고 막연하게 여겼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가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전북 고창에 자리한 선운산은 해발 고도는 낮아도 산세가 범상치 않은 곳이었습니다.

선운산 선운사

선운산 산행코스, 어디서부터 어떻게 가야 할까요

선운산을 처음 찾는 분들이 가장 많이 헷갈리는 부분이 바로 코스 선택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선운사만 보고 내려올까 잠깐 고민했는데, 결국 수리봉을 거쳐 천마봉까지 이어지는 능선 종주 코스를 택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선운사 주차장에서 출발해 일주문을 지나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석상암이 나옵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됩니다. 마이재를 지나 수리봉(해발 336m)에 오르는 데까지는 여유롭게 걸어도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경사가 완만한 편이라 산행 초보자도 부담 없이 오를 수 있습니다.

수리봉에서 바라보는 경관은 미세먼지가 있는 날에도 서해 방향으로 넓게 펼쳐진 고창 평야가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제가 직접 올라서 보니, 뷰가 조금 가려지는 느낌은 있었지만 그래도 사방이 트인 능선의 상쾌함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능선을 따라 계속 걷다 보면 용문굴을 만납니다. 용문굴은 화산암 지대에 형성된 천연 동굴로, 선운산 지질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점입니다. 여기서 지질학 용어 하나를 짚고 가자면, 선운산은 유문암질 암석으로 이루어진 화산암 지대입니다. 유문암이란 마그마가 지표 근처에서 빠르게 식으면서 굳은 화산암의 일종으로, 규소 함량이 높아 표면이 매끄럽고 치밀한 것이 특징입니다. 덕분에 선운산의 암벽들은 절리(節理)가 잘 발달해 있는데, 절리란 암석이 수축하거나 압력을 받는 과정에서 규칙적으로 쪼개진 틈을 말합니다. 이 절리 때문에 천마봉처럼 수직에 가까운 절벽 지형이 만들어졌습니다. 약 8천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의 화산 활동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선운산의 산행 코스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단거리 코스: 선운사 주차장 → 일주문 → 수리봉 → 원점 회귀 (약 4~5km, 2시간 내외)
  • 중거리 코스: 위 코스에 용문굴 + 낙조대 추가 (약 7~8km, 3시간 내외)
  • 풀코스: 수리봉 → 용문굴 → 낙조대 → 천마봉 → 도솔암 → 선운사 원점 회귀 (약 11km, 4~5시간)

저는 풀코스로 다녀왔고, 쉬는 시간과 사찰 참배 시간을 합쳐 4시간 42분이 걸렸습니다. 체력에 자신 없는 분들은 단거리 코스만으로도 선운산의 정수를 충분히 맛볼 수 있습니다.

천마봉과 기암괴석, 기대치를 뒤집은 풍경

솔직히 해발 284m라는 숫자를 보고 천마봉에 대한 기대치를 낮게 잡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정상에 올라서자 제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높이는 낮아도 전망이 주는 개방감은 800m급 산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천마봉 정상에서는 고창의 드넓은 평야와 주변 산줄기가 한눈에 펼쳐집니다. 제가 늦가을에 찾았을 때는 단풍과 낙엽이 어우러진 풍경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봄에 찾는다면 새싹이 돋는 연초록 능선과 계곡 물소리가, 여름에는 짙은 녹음이, 가을에는 단풍이 산 전체를 감싸 계절마다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풀이 풍성해지는 늦여름에서 단풍이 시작되는 초가을 사이가 가장 예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낙조대도 꼭 들러야 할 포인트입니다. 낙조대는 서해 방향으로 탁 트인 전망을 제공하는 암반 지대로, 이름처럼 해 질 녘에 방문하면 바다로 스러지는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낮 시간대라 일몰은 보지 못했지만, 그 자리에 서는 것만으로도 왜 이 바위에 낙조대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금방 이해가 됐습니다.

도솔암(兜率庵)은 천마봉 하산 길목에 자리한 사찰입니다. 도솔암이란 수미산 꼭대기 위에 있다는 불교의 이상 세계 '도솔천'에서 이름을 따온 암자로, 절벽 위에 들어선 건물 배치 자체가 이 이름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도솔암 마애불은 암벽에 직접 새겨진 마애불상(磨崖佛像)으로, 마애불이란 자연 암벽이나 동굴 벽면에 직접 조각한 불상을 의미합니다. 그 앞에 잠시 머물렀을 때 느껴지는 고요함은 일반적인 등산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감각이었습니다.

선운산이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화산암 지대 특유의 기암괴석이 산 곳곳에 자리해 지질학적 가치가 높습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고창 일대의 지질은 중생대 화산 활동의 증거를 잘 보존하고 있어 학술적으로도 중요한 지역으로 평가받습니다(출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또한 선운산 일대는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 중 하나로, 수도권에서 2~3시간 거리임에도 매년 수십만 명이 찾는 대표적인 호남 명산입니다(출처: 산림청).

다만 제가 직접 가보니 솔직히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가을 성수기에는 주차장 진입부터 정체가 심하고, 관광객과 등산객이 뒤섞여 조용한 산행을 원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번잡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숙련된 등산객 입장에서는 전체 코스 11km 정도의 거리가 운동량으로 약간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선운산은 험한 고도를 오르는 산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산을 한 번 다녀오고 나면, 낮은 산이 얕은 산은 아니라는 걸 몸으로 알게 됩니다. 절벽 위의 도솔암,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기암괴석, 천마봉에서 내려다보이는 고창 평야까지. 다음에 다시 찾는다면 이번엔 천마봉을 먼저 오르는 코스로, 그리고 낙조대에서 일몰을 꼭 보고 싶습니다. 봄 동백꽃 시즌이나 여름 녹음이 짙은 시기에 한 번 더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좋은 산임이 증명된 셈 아닐까요.


참고: https://youtu.be/SLNEquezgm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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