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국립공원을 찾는 외국인 탐방객이 연간 16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처음 그 수치를 접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는데, 울산바위 오르는 길에서 직접 마주치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 네덜란드, 캐나다, 싱가포르에서 온 등산객들이 가파른 철계단을 오르며 서툰 한국어로 인사를 건넬 때, 이 산이 품고 있는 무게가 새삼 느껴졌습니다.

울산바위, 수치로 먼저 파악하고 가야 합니다
울산바위는 7,500만 년 전 관입(貫入)한 마그마가 굳어 형성된 화강암 지대입니다. 관입이란 마그마가 지표로 분출하지 않고 지각 깊은 곳에 스며들어 굳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후 오랜 풍화작용과 차별침식을 거쳐 지금의 형태가 만들어졌습니다. 차별침식이란 암석의 단단한 정도 차이에 따라 깎이는 속도가 달라지는 과정으로, 덕분에 봉우리 여섯 개가 병풍처럼 늘어선 독특한 경관이 탄생했습니다.
둘레가 4km에 달하며, 동양 최대 규모의 화강암 바위산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스케일이 와닿지 않는다면, 능선 위에 서서 발 아래 펼쳐지는 외설악의 기암절벽을 보는 순간 바로 이해가 됩니다. 제가 처음 새벽 3시에 랜턴을 켜고 소공원에서 산행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 규모를 머리로만 알고 있었는데,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눈앞의 절벽이 문자 그대로 가슴에 부딪혀 왔습니다.
설악산은 크게 내설악, 외설악, 남설악으로 나뉩니다. 울산바위는 그중 외설악에 속하며, 소공원을 들머리로 하는 탐방코스로 오릅니다. 설악산 국립공원은 1970년 국내 다섯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1982년에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되었습니다(출처: 국립공원공단). 대청봉을 주봉으로 30여 개 봉우리가 이어지는 산세 덕분에 사계절 내내 탐방객이 끊이지 않습니다.
울산바위 코스는 당일 산행이 가능한 외설악의 대표 탐방로입니다. 왕복 거리는 약 6km 내외로, 저처럼 대청봉 코스를 새벽부터 종일 걷는 것과 비교하면 체력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구간의 철계단과 수직에 가까운 암벽 구간은 초보자에게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을 미리 알고 가느냐 모르고 가느냐에 따라 체감 난이도가 크게 달라집니다.
실제로 올라보니 달랐던 것들
설악산은 국내에서 탐방 후 부상 신고 건수가 꾸준히 상위권에 오르는 산입니다.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자료에 따르면 설악산은 국내 산악사고 다발 지역 중 하나로 지속적으로 집계됩니다(출처: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이유는 단순합니다. 암석 지대가 많고 날씨 변화가 빠르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특히 주의해야 할 포인트가 몇 가지 있었습니다.
- 너덜지대(너덜겅): 크고 작은 암석이 무너져 쌓인 구간으로, 발목 부상 위험이 높습니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하산 후반부에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 고도차에 따른 기온 변화: 소공원 입구와 정상 부근의 기온 차이가 여름에도 10도 이상 벌어질 수 있습니다. 바람막이 한 장이 산행의 질을 완전히 바꿉니다.
- 성수기 탐방로 혼잡: 단풍철과 연휴 기간에는 주요 탐방로가 포화 상태에 가까워집니다. 오전 이른 시간 출발을 권합니다.
- 하산 시 무릎 부담: 제 경우 오르막보다 긴 내리막 돌길에서 무릎 통증이 더 심하게 왔습니다. 트레킹 폴을 반드시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 대피소 예약: 대청봉 코스처럼 1박 산행이 필요한 경우, 중청대피소 등의 예약은 성수기에 조기 마감됩니다.
산행 중에 만난 스님 한 분이 "올라갈 때 못 보았던 꽃을 내려올 때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제가 실제로 내려오면서 되새겨보니 꽤 정확한 말이었습니다. 오를 때는 발밑만 보느라 놓쳤던 풍경들이 하산길에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가파른 구간을 지나면 울산바위 전면이 한눈에 펼쳐지는 지점이 있는데, 그 자리에서 잠깐 멈추는 것을 권합니다.
또 한 가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는데, 산행 중 외국인 등산객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는 경험이 생각보다 자주 있었습니다. 영랑호, 신흥사를 거쳐 울산바위까지 이어지는 속초·설악 권역 전체가 외국인들에게 이미 알려진 코스라는 것을, 현장에서 체감하는 느낌이 달랐습니다.
설악산은 준비한 만큼 돌려주는 산입니다. 돌계단, 화강암 암릉, 철계단이 교차하는 길을 걷다 보면 몸이 먼저 반응하고, 그 다음에야 풍경이 들어옵니다. 대청봉에서 발 아래로 펼쳐지는 산줄기와 동해 바다를 보고 나면 왜 이 산을 두고 "가지지 않아도 모든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풍경"이라고 하는지 자연스럽게 납득이 됩니다. 처음 설악산을 계획하고 있다면 울산바위 코스로 시작해 산의 스케일을 먼저 몸으로 익히고, 그다음에 대청봉을 노리는 순서를 권합니다.